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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이야기

 

CEO 칼럼

건널목 신호등

내가 다니던 대학교 정문 바로 앞에는 나름 큰 도로가 있다.
성산대교부터 광화문을 지나 동대문까지 가는 나름 서울을 관통하는 중요도로 중 하나인 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왕복 8~10차선은 되는 거 같다.

난 학교가 끝나고 학교 정문에서 이 건널목을 건너 신촌역까지 오가며..
"이 길이 참 우리 인생 같다' 는 생각을 했다.

먼저 학교 정문에서 이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3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 부류는 그냥 생각 없이 있는 사람들.
둘째 부류는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뚫어져라 주시하는 사람들.
셋째 부류는 신호등의 체계를 알고, 저쪽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면 이쪽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것을 알고 미리 저쪽 신호등을 주시하는 사람들.

이 3부류의 사람들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동등한, 동일 선상에 서있다.

신호등이 바뀌면 이들은 우르르 건넌다. 건널목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건너고 나면 이제 세장한 길이 나타난다. 좁고 긴 길.

이 세장한 길은 신촌역까지 계속 된다. 내가 바빠서 누구 한 명 앞지르려고 하면 참 힘겹다.
많은 사람이 우르르 건너서 좁은 길로 다 한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난 이것이 참 우리의 인생 같다.

신호를 기다리며 모두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어릴 적 우리 모습이다.

모두 같은 위치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멍하니 있다. 바로 위의 분류의 첫 번째 사람들이다.

또 어떤 이는 사회의 구조, 시스템은 알지 못하나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사람들.
이들은 위 분류의 두 번째 사람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 인생의 구조?를 알고 '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면 여기 나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 라고 생각하며 미리 저 신호를 주시하는 세 번째 분류의 사람들.
그들은 같은 선상에 서 있으나 다른 미래를 갖는다. 감히 일 수 있지만.

그리고 신호가 바뀌면 '넓은' 건널목을 건넌다.
이 넓은 건널목은 인생의 서열화?전의 동등한 시기이다. 학업의 시기일 수도 있다.
누구나 같은 학업의 시기. (서열화. 참 가슴 아픈 단어이다.. 내게도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고 나면 이제 좁고 긴 길이 나타난다. 누구 하나 앞지르는 것이 참 힘겹다. 벅찬다.
좁은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한 곳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뭐 크게 하지 않아도 그냥 떠밀려 계속 그 자리에서 가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의 서열화가 아니다.

동등한 시기.
같이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 시기, 그리고 신호가 바뀌면 넓은 건널목을 건너는, 바로 좁고 긴 세장한 길이 나오기 전의 누구에게나 동등한 이 시기.

난 이 시기를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이 시기가 있다.
이 동등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우리 나머지의 긴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젊은 날은 의외로 짧다.

난 우리 회사의 직원들 등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한다.

'젊은 날의 1년은 노년의 3년, 5년과 같다.'

정말 시간의 길이가 그럴까? 그렇지는 않다. 나의 뜻은 가능성이 그렇고, 가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좁은 길에 많은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가는 한 지점에서 가고 있게 된다.

동등한 신호등, 넓은 건널목 그리고 나타나는 좁고 긴 길.


2017. 02. 22 담소 대표 오응석